플랫폼법 국회도 우려 "낙인효과...민간자율 원칙 배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소상공인연합회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구글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이하 플랫폼법)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법 개정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면 '낙인효과'가 우려되며, 민간 자율 존중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관련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 도입의 시급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5일 발표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검토 의견을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9일 플랫폼법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혔다. 현재 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플랫폼 규제와 관련된 법률안이 총 19건 발의됐는데 대부분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으로 공정위의 제도 개편과 비슷한 맥락이다.

공정위는 규제 대상인 지배적 플랫폼 사업을 매출, 이용자 수 등의 정량 요건 및 실질적인 시장 지배력 등 정성 요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선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플랫폼법에 규정하려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사전 지정 제도와 관련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경쟁당국이 규제 대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 이런 규제를 도입할 시급성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고, 규제 대상 사업자의 사전 지정이란 손쉬운 길을 선택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 행위 유무를 판단하기 전에 남용행위 잠재기업을 사전에 정하는 소위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변화가 매우 빠른 플랫폼 시장에서 사업자가 스스로 성장 기회를 포기토록 유인하고, 투자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전 지정 방식은 "현 정부가 지향하는 '민간자율 존중 원칙'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법 관련 입법안 주요 내용. /자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또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결정하는 정량 요건도 매출 규모 등 실적이 아닌 각 시장의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고, 정성 요건은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 기준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 사업자의 연매출액 산정 문제,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성장 위축 가능성, 플랫폼 사업자의 활동 제약 우려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최은진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보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향후 여러 국내·외 플랫폼 시장의 변화와 집행 사례들을 참고해 규제의 효과를 제고하고, 혁신과 시장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종합 검토 의견을 냈다.